[발언대] 집안싸움에 갇힌 대한민국
고국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 탄핵, 계엄령 같은 단어들이 공론장에서 오르내리더니, 결국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찬반으로 나뉜 국민들은 한겨울에도 거리에 나서며 얼어붙은 도심을 함성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몸은 타국에 있지만, 마음만은 늘 고국을 맴도는 것이 해외 동포들의 심정이다. 기쁜 소식에 웃고, 슬픈 소식에 가슴을 졸이며, 조국의 행보를 지켜본다. “대통령 못 해 먹겠다.” 2003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뱉은 말이다. 타협보다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판에서 대통령에게만 양보를 요구하는 현실에 대한 탄식이었다.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은 유독 가혹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말년이 평탄했던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민주주의는 숫자의 싸움이다. 다수결 원칙에 따라 집단 내 다수가 곧 권력이 되된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야당 성향의 의원들이 과반을 훌쩍 넘겨 64%의 의석을 차지하며 거대 세력으로 등장했다. “회복과 성장, 그리고 다시 대한민국.” 그들의 공약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국민은 이를 자유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국가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였다. 정권을 강제로 탈취하거나 국가 체제를 바꾸겠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2024년 첫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거대 야당은 대화와 타협을 뒤로하고 머릿수의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국가 발전과 민생보다 행정부 공격에 집중하며, 사소한 비리를 침소봉대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결과적으로 지난 6개월 동안 18차례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여당과 협의 없이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려 했으며, 행정부가 요청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 정부 정책 수행을 마비시켰다. 이는 선진 정치와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4류 정치의 민낯이었다. 결국 대통령은 “대통령 못 해 먹겠다”라고 체념하는 대신 비상계엄이라는 강수를 두었고, 머릿수로 무장한 거대 야당에 의해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비록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일했던 대통령이 구속되자, 국민들은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거대 야당의 행태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세계 경제 10대 강국으로 성장하고, K-컬처를 전 세계에 전파하며 자부심을 느껴온 국민들은 이제 현 정국이 자유민주주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우려 속에서 거리로 나서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갈등에서 시작된 싸움이 이제는 사법부와 국민 간의 대립으로 번지며 한국 사회는 한층 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는 국제 정세를 뒤흔들 대통령이 등장하며 지구가 회전하듯 바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마치 유아독존인 듯 세상일은 외면한 채 집안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진영 논리를 떠나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대한민국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 경제 10대 강국의 위상을 지키며,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이 해외 동포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발언대 집안싸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 역대 대통령들 세계 정세